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거제인터넷방송】= 8년 연속 적자에서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만 존재했던 삼성중공업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장직 노동조합이 결성돼서다.

삼성중공업 현장직 노동조합(위원장 최길연)은 지난달 말 거제시에 설립을 신고해 이달 4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당 경남도당 여영국 위원장과 거통고하청지회, 퇴직·재직자, 시민단체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최길연 위원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최길연 위원장.

최길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50년 만이라며 삼성중공업은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와 탄압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노조설립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문제인력'으로 소위 분류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사찰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삼성중공업의 불법사찰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판결한 것은 악랄한 '노조파괴 경영'의 단면이 드러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처럼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삶은 80~90년대에 머물러 왔다"며 "장마철 잦은 공장폐쇄(셧다운)를 남발해 임금은 반토막 나고, 겉으로는 노동자의 동의를 구한 듯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각종 불이익 조치로 인해 비바람이 부는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리던가 무급휴직으로 배를 곯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7년 5월 1일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크게 다친 크레인 참사가 일어난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치면 치료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며 "2010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삼성중공업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돌려받은 산재보험료가 약 673억원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은폐로 고통받고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최길연 위원장은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선언하며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웠다"고 했다.

현재 노동조합 회원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인원수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노동자협의회의 노조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자협의회 측에서 거부했다"고 답했다.

삼성중공업은 1974년 출범 이후 공식적인 현장직 노조가 없었다. 다만 노동자협의회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조에게 주어지는 법적인 권리는 보장받지 못했고 절차나 근거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가 존재했다. 그렇다보니 삼성중공업은 노사갈등이나 노동자의 투쟁 등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도 했다.

물론 노동자협의회의 활동이나 투쟁, 그리고 노사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자협의회는 보통의 노조처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 준비를 마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불황의 위기가 닥치면서 삼성중공업 역시 크게 흔들렸던 2010년대 중반에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가 하면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실제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노사갈등으로 폭력사태 또는 공권력이 투입이 발생하거나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 위기를 마주하곤 하는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삼성중공업의 노사관계는 대체로 평탄했다.

이런 가운데 설립된 삼성중공업노조는 기존 노동자협의회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며, 향후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첫 현장직 노조 설립이란 상징적 의미를 넘어 향후 삼성중공업 노사관계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장 상당한 규모를 갖추거나 단체협약 등을 맺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노조의 여러 문제제기 및 활동이 삼성중공업 노사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조선업계가 호황과 함께 인력난을 마주하고 있는 점이나 노조의 목소리 및 활동이 노조에 끼칠 영향 등도 간과할 수 없어 앞으로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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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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