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연정
동백꽃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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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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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시인, 수필가

【거제인터넷방송】= 

 

이승철 시인, 수필가
이승철 시인, 수필가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사군자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 고결함이 군자와 같다고 해서 이르는 말이다.

이것을 사군자라 한 것은 개성이 다르며 선비의 맑고 곧은 정신을 닮았기 때문이다.

매화는 이른 봄에 눈 속에서도 분홍빛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아름다움이 있고, 난초는 습하고 마르고, 춥고 더운 곳을 싫어하며, 밝고 어두움을 싫어하는 까다로운 성격이다. 국화는 시골 여인처럼 순박하고 단아하면서도. 늦가을 찬 서리 삭풍에도 청초하게 피는 지조가 있다. 사시사철 푸른 잎과 곧은 절개를 자랑하는 대와 더불어 시인 묵객들이 좋아한다.

그 못지않게 고결하면서도 청아하고 아름다움과 절계를 지닌 나무가 있다. 남쪽 바닷가에서 잘라고 있는 동백나무다. 이 나무는 매란국죽이 지니고 있는 개성을 다 가지고 있다.

사시사철 푸르고, 해풍에도 견디는 강건함이 있어 대의 절개와 같고, 음지에서 살면서도 볕을 좋아하는 것은 난초를 닮았다. 꽃이 아름다우면서 향기가 없는 소박함은 시골 여인처럼 순박한 매화를 닮았고, 겨울에 꽃을 피우는 화사함은 국화와 다를 바가 없다. 여기다 천하일색의 팔색조를 유혹하는 미를 가졌으니 선비의 정신과 기녀의 정신을 두루 겸비하였다. 그리고 동백씨는 머릿기름과 온갖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대용해 왔다. 꽃은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었다. 매란 국죽 보다 더 많은 장점을 지닌 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나쁜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다. 일정한 해안 변을 비롯하여 내륙 일부의 재한 된 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고, 꽃은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

동백은 섬 지방이나 해안 변 산록에 많이 자생한다. 거제도 노자산 기슭 해안변인 학동에서 해금강 까지 동백 군림지다

1971년 3월 13일 천년 기념물 233호로 지정 할 만큼 동백의 군락지이다.

햇빛이 기울면 산허리는 온통 홍단의 물결이 일렁인다. 청단에 수를 놓은 동백꽃의 화사함은 극치를 이룬다.

뿌리 부분의 둥치와 세파에 멍이든 자욱이 태고의 신비를 지니고 있다.

거제도에 와서 처음 동백 숲을 보고 감탄을 했다. 그때부터 동백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매년 꽃이 필 때는 이곳을 찾아온다. 꽃들이 반겨주는 화방에서 사랑에 취해 본다. 동백을 좋아하게 된 것은 거센 해풍과 눈서리에도 꽃을 피울 줄 아는 굳건함과 꽃은 아름다우면서도 향기가 없어서 유혹하지 않는 소박함이 있다. 그래서 순진한 여인의 무딘 사랑처럼 느껴진다.

순정을 받친 동박새는 길을 떠나 돌아 올 줄 모르는 님을 기다리면서 애절하게 운다.

올해는 다른 해 보다 빠르게 동백 숲을 찾았다. 지난 태풍에 다른 나무들은 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부러져도 동백은 아무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굳세게 살아온 동백이 대견스러워 보인다. 몸이 약해 골골거리며 사는 나는 이런 동백을 볼 때마다 내 몸도 동백처럼 건강해 지기를 바란다.

핏기 없이 서있는 내 모습이 처량해 보이는지, 갓핀 아기 동백이 웃고 있다. 그 모습은 어린 시절 첫사랑 순아의 모습과 같다. 그녀는 내가 군에 입대 한 후 부산으로 시집을 같다고 한다. 그 후 여태 까지 소식도 모른다 순아는 늙지 않고 저 아기 꽃과 같이 아직도 젊고 예쁘겠지?

순아를 생각해 본다. 눈오던 날 뚝길을 걸어가면서 순아 앞에서 발 썰매질을 하며 뽐내다가 그만 실수를 하여 둥천 아래로 굴렀다. 순아는 까르르 웃으면서 날 부축하고 눈을 털어 주었다. 그때 따뜻한 손길에서 첫 정을 느꼈다.

‘동백꽃 아가씨’의 노래를 그녀로부터 배웠다.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순아가 그립다. 동백꽃을 처음 볼 때 순아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는 잊지 않고 여기에 온다.

오솔길 따라 꽃잎이 떨어져 수를 놓았다. 낙화의 꽃길은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한다.

동백은 공기가 맑은 해변을 떠나서는 살수가 없다. 부산으로 시집간 동백은 복잡한 생활이 짜증서러워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동백나무에 둥우리를 틀고 아들 딸 낳고 살다간 물새나 팔색조는 나와 같이 동백 숲을 찾는 정기적인 손님이다. 올해는 내가 먼저 왔다.

물새가 올 때가 되었는데 외 오지 않을까? 지난해는 팔색조가 태풍으로 새끼를 잃고 외롭게 돌아갔다. 올해는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무너지지 않게 동백나무에 둥우리를 단단히 매달아 주었다. 팔색조는 고맙다는 인사로 ‘호이호 호이호’ 하며 노래를 불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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