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삼천 석 명당터
[수필]삼천 석 명당터
  • GIBNEWS
  • 승인 2018.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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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이인 수필가
이승철 이인 수필가
이승철 이인 수필가

【거제인터넷방송】= 누구나 고향이 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나 조상이 살던 곳이다. 도회지에서 태어나도 고향은 시골처럼 아늑한 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 품속과 같이 포근하고 꿈 많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다.

그곳에는 선산이 있고, 일가친척이 살고 있고, 전설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심산유곡 합천이다. 산이 많고 골이 깊다고 하여 합천(陜川)이라 할 만큼 산간 마을이지만 이름난 명산 아래 천하 명당지가 곳곳에 있다. 그래서 옛 부터 많은 인물이 났다. 무학대사, 남명 조식정생, 정인홍을 배출한 곳이다. 그리고 전두환 대통령이 퇴어난 곳이다.

지리산의 동맥(東脈)과 가야산, 황매산, 대암산(大岩)은 합천을 옹위하고 있는 주산들이다. 이곳에 명당지가 많이 있다고 하여 유명하다는 풍수는 다 모여 산을 뒤지고 다녔다. 명당지에 묘를 쓰면 당대에 발복을 하여 부귀공명을 얻는다고 하니 누구나 한번쯤 명산에 대한 매력을 갖게 된다.

나도 한때는 풍수학에 집착하여 명산을 찾아 산을 누비고 다닌 적이 있다.

대양면과 초계면 사이에 있는 대암산은 소문난 명산이다. 그 산 정상에서 대양면 쪽으로 약 8부 능선 지점에 비룡승천(飛龍昇天)의 명당이 있는데 여기에 묘를 쓰면 하루 만에 삼천 석을 하고 왕후장상이 된다고 하는 명당지다. 그래서 재물과 벼슬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몰래 밀장(密葬)을 해 오던 곳이다.

풍수에 무뢰한이라도 그 곳에 가보면 산세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산의 주맥이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가 한풀 꺾인 듯 고개를 숙인 지점에 이르면 바람 한 점 없이 아늑하다. 서남쪽을 향해 좌향을 하고 있어서 하루 종일 햇빛이 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 내린다. 좌우 산들이 겹겹이 싸여있고, 자굴산과 황매산이 멀리서 안대를 하고 있다. 산들이 꽃잎처럼 피어 있고 그 가운데가 꽃속(花房)같이 생겼다.

이곳이 명당지로 알려진 것은 신라시대부터라 한다. 초계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 사십이 되도록 장가도 못 가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효성이 지극한 총각 머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묘를 쓸 산도 없고 장사를 지낼 형편도 못되어 걱정을 하다가, 거적자리에 시산을 넣어 지게에 지고 대암산으로 올라갔다.

평생 어렵게 살면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따뜻하게 잠 한번 못자고 산 어머니가 너무나 불쌍해서 양지쪽에 묻어 주기 위해 고개를 넘어 마루턱에서 잠깐 쉬고 있었다. 피곤이 몰려와서 조는 사이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잠든 발아래 큰 소나무 밑에서 흰 수염을 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면서 하는 말이,

“저 산등성이에 묘를 쓰면 하루 만에 삼천 석을 하겠는데 아직 임자가 나타나지 않네!” 하면서, 아쉬워하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한다. 총각은 노인을 잡고 그 장소가 어디냐며 졸라 데다가 잠을 깼다. 사방을 두리번거려 그 노인들을 찾아보았으나 간 곳이 없고, 꿈속에서 들은 명당지가 바로 발아래 있었다.

그 곳에다 묘를 쓰고, 마을로 돌아왔다. 술을 구해 어머니 산소에 평토제를 지내는 것이 마지막 효도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마을에서 제일 잘 사는 부잣집으로 갔다. 그 집 마님은 시집 온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을 잃고 많은 재산이 있는 부자였다.

총각은 평토제에 쓸 술을 구하기위해서 그 집으로 들어갔다.

“마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서 저 산 너머에 묻어 놓고 오는 길입니다. 평토제 지낼 술을 얻으러 왔습니다.”

과부는 총각을 보는 순간 욕정이 발동했다. 마을의 굳은 일을 하면서 천하게 살고 있지만 총각의 모습은 장대하고 착하게 보였다.

“총각! 오늘은 해가 다졌으니 내일 가는 것이 어떻겠소? 좋은 술과 고기를 준비하여 하인이 따라 가게 해 놓을 터이니, 이 밤은 우리 집에서 쉬도록 하시오”

마님은 친절하고 예절 바르게 정성을 쏟아놓는다. 그리고는 목욕을 하게 한 후 새 옷과 의관을 내 준다. 그 옷을 입고 의관을 하니 귀공자처럼 잘 생겼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저녁상에는 반주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날 밤 사십이 넘어서야 여인의 품속에서 단꿈을 꾸었다.

총각은 하루 밤사이에 장가들고 삼천석 부자가 되었다.

그 후부터 비룡승천의 명당지는 소문이 나서 그곳에 몰래 묘를 쓰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언제부턴가 그곳에 묘를 쓰면 흉년이 들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 가뭄이 계속되면 이웃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묘를 파냈다. 그 묘를 파고나면 금방 소나기가 내린다. 우연의 일치인지, 묘지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 효험은 신기할 정도였다.

믿기 어려운 신비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풍수 지리학을 배우게 되었고 시간만 나면 천장지비(天藏地秘)의 명당을 찾아 나선다. 하루 밤사이에 내 소원이 이루어 졌으면 하고, 염원을 해 보지만 아직 까지 그런 명당지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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