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은숙 경남 교육감 정책자문위원

“내년부터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
“무상급식은 교육청예산으로 알아서 하고 우리는 줄 수가 없다.“
 
첫 번째 기사는 최근에 강원도와 강원도교육청이 발표한 내용이고 두 번째 기사는 경남의 홍준표 도지사가 한 말이다.
 
재정자립도를 비교해 봐도 훨씬 여유가 많은 경남의 학생들은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겼고 강원도의 학생들은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 주게 생겼으니 참 공정하지가 못하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무상급식이란 “세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급식”이라고 정의했다.
 
즉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하는 예산집행인데 과연 급식이 다른 분야보다 덜 시급한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가 맞는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학생들은 성장기에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올바른 식단에 따라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시키고 올바른 섭식습관을 형성하여 효과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가장 근본적인 과정이라고 본다면 절대 후순위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재원으로 빠듯하게 예산을 편성하여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교육기관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지원되던 자치단체의 지원금이 끊긴다면 시행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은 자명하다.
 
홍지사의 돌출 행위가 보수층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라는 등 진보와 보수, 그리고 정치집단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제발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는 이런 유치한 줄다리기는 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이미 편성된 무상급식 지원비를 가지고 독자적인 교육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홍지사의 발상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을 받아 보고 싶어 하는 아이 같아서 조금 순진해 보이기도 한다.
 
이미 그동안의 지원금에 대한 지출에 관해서는 교육청이 자체 감사를 철저히 해 왔으며 그 감사 자료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철저히 경남도에 제출하고 있으니 이미 그들이 말하는 감사는 받아 온 셈인데 또 특별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원불가의 발언이 뒤따라 나온 것이다.
 
MB정권시절, 4대강사업에 국가예산을 쏟아 부을 때, 자원외교 한답시고 헛돈 뿌리고 다닐 때, 그리고 방만한 방위사업으로 피 같은 국방예산을 낭비할 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지금처럼 단호하게 대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해 본다.
 
사자방 비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런 조짐이 보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대하여 첨언하고자 한다.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는 종이책 대신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이나 PC 등을 이용하는 전자교과서를 말하는데 우리들보다 훨씬 잘 사는 선진국들의 학교에도 없는 시스템이란다.
 
IT 강국의 앞 선 교육방법이라는 평이 있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간의 인간적인 교류와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아이와 부모간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자교과서가 도입된 일부 시범학교에서는 벌써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모두 화면에 집중하느라 교사와 학생간의 교류가 단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범학교조차도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IT기기를 사용하는 것만이 선진형이라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아이들과 교사의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종이책 교과서를 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제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덧붙여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좀 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급식소에서 아이들이 모두 함께 당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제발 정치적 딴지 걸지 말기를 기대하며 이번 태클은 헛발질로 허망하게 끝날 것이라고 감히 점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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