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봉 (거제소방서 예방대응과 소방사)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원 살인 사건’으로, 위치 조회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정확한 업무명은 ‘위치 정보 조회’로, 현재 이 업무는 소방에서 실시하고 있다.

‘위치 정보 요청’은 직계친족이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긴급 구조 상황으로 위치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소방서 상황실로 남편이 아내의 위치를 조회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 내용은 아내와 함께 등산을 갔는데, 잠깐 사이 부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기온도 내려가는 상황이고, 아내가 평소 우울증도 앓아왔다는 남편의 증언에 따라 위치 정보를 조회하였다. 조회 결과, 등산을 갔던 산 인근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위치가 조회되었다. 조회된 위치를 바탕으로 구조대와 관할 119센터 출동대가 등산로를 비롯하여 인근을 수색하였다.

수색을 하던 중, 신고자가 타고 온 차량이 산 아래 찜질방 주차장에서 발견이 되었다. 그래서 찜질방에 들어가 수색하니, 부인은 휴대전화를 끈 채로 사물함에 넣어두고,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부부가 등산 중에 결혼기념일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화가 난 부인이 먼저 산을 내려와 찜질방에 간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다행히도 신고자의 아내에게 생명이나 안전에 긴급한 상황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방서 입장에서는 허무한 사건이었다.

‘위치 정보 조회’ 신고 건수는 거제도에서만 일주일에 3~4 건씩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위치 정보 조회’를 거절하는 경우가 실제 조회 건수보다 더 많으니, 경상남도 전체로 치면 요청 건수는 어마어마하다. 구조 ․ 구급 ․ 화재 진압의 업무로도 바쁜 소방서 업무에 ‘위치 정보 조회’ 요청까지 겹치면서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위치 정보 조회’로 위급한 생명을 구하는 일도 많다.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을 직전에 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납치가 될 뻔했지만 ‘위치 정보 조회’ 덕분에 위기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청 내용들은 가출한 아이를 찾아달라거나, 부부싸움 후에 도피한 부인을 찾아 달라거나, 헤어진 여자 친구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신고자들의 대부분이 생명이나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요청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방서 상황실에서는 이러한 요청을 짧은 시간 내에 선별해야하며, 위치 정보를 조회하여 찾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니, 소방관의 입장으로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에 있어, ‘위치 정보 조회’는 필수적인 업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개인문제나 비응급 상황이 아닌, 실제로 긴급한 상황에 놓여진 이들이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 조회’의 취지를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고, 요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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