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 위원장 /민노당 거제지역위원회
지난 7월1일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방안이 시행 되었습니다.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조 운동의 오랜 주장으로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는 헌법에 보장한 노동3권 중 하나인 단결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복수노조의 허용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진작 허용됐어야 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에서 한국정부를 상대로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을 촉구해 왔으며, 정부가 입법조치를 취한 것 역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동3권의 본질적 요소인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에서 큰 문제입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따르게 되면 소수 노조의 경우 단결권은 보장되지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행사 할 수 없게 되며 설사 다수 노조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단결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제약을 받게 되어 결국 복수노조의 의미는 없고 무늬만 복수노조가 허용 되는 셈입니다.

현행법과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의 침해와 헌법 37조 2항을 위배한 기본권의 과잉침해임의 지적과 함께 논쟁 중에 있으며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및 제98호 협약을 위배하여 노조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지적도 높습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둘러싼 노조법의 해석과 다양한 쟁점들을 지적하고자합니다

1. 산별교섭 무력화
13년 동안 유예를 거듭하며 논의된 복수노조 금지 및 창구 단일화 관련조항은 “사업장단위에서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된다는 것 이었으며 향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경우에 그 복수노조들 간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 이었습니다.
현재 초기업 단위 노조는 조직 대상을 달리하므로 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교섭권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례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도 초기업단위 노조는 복수노조 병존이 가능하고 기업단위에서도 초기업 단위와 기업별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기업별 노조가 아니므로 각각 노조설립과 교섭권을 보유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개정노조법은 창구단일화 대상에 초기업별 노조를 일괄 포함하여 산별교섭을 무력화 시키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시키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산별 노조의 특정사업장에 대한 대각선 교섭이 불가능해 질뿐만 아니라 다수노조로 승인되지 않은 소수노조의 경우 선별 교섭에 참여할 수 없으며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할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2. 기 시행중인 교섭마저 무력화 가능성
개정된 노조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마저 무력화하는 조항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개정노조법에 포함된 창구단일화는 현재 진행되는 지역별, 산업별 교섭 등을 사업장단위로 강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합니다.
현재 판례에 따라 초기업 단위와 기업별노조는 병존 가능하며, 이 경우 초기업별 노조와 기업별 노조가 모두 교섭권을 가지는 형태이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의 분쟁이 없는 상황임에도 창구 단일화의 범위에 산별노조가 포함되어 현재 교섭구조로 정착되어 있으며 온전히 교섭권을 소유하고 있는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상황이 초래 되었습니다.

3. 허울뿐인 교섭단위 분리
당초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된 법리적 근거는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서 다른 다양한 직종의 이해가 대표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그러나 조직대상과 무관하게 사업장 내 모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교섭권을 독점하는 특정노조는 조직대상범위를 넘어서는 노조의 이해까지 대표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다양한 이해 차이(예를 들어 생산직/사무직의 차이, 기업단위노조와 초기업별 노조)에 대한 조정의 어려움과 실패가 불가피 합니다.

초기업노조를 포함하여 노동조건을 달리하는 노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에 대해 개정 노조법은 자율적 단일화기간 내에 사용자의 동의 혹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게 되어, 사용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할 경우 사실상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산별노조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원한다 해도 사용자의 거부로 인해 산별교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며 현행법상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해결이 없는 상황입니다.

4. 소수노조 교섭권 무력화
비정규노동자들은 현재도 노동3권으로부터 배제되어 있고, 창구단일화로 인해 단위 사업장 내에서 소수노조로 전략할 수밖에 없어 단협을 통한 노동조건의 향상을 시도할 토대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개정 노조법의 창구단일화방안은 교섭대표에 대해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집단적 노사관계 및 채무적 부분에 대한 권리 일체를 부여하고 있어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권 및 파업권을 포함한 쟁의행위 등 소수노조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어 결국 이는 소수노조 또는 그 조합원들의 노동3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5. 단체행동권의 심각한 제한
개정노조법에 따르면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해당 사업(장) 소속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가 아닌 노조 혹은 교섭대표노조이지만 다수노조가 아닌 노조의 경우는 사실상 다른 노조가 쟁의 행위를 반대할 경우 파업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설사 다수노조의 지위로 교섭대표가 된 노조라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볼 때 다른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야 파업이 가능하기에 소수노조의 파업권 소멸은 물론이거니와 소수로 구성된 친사용자적 노동조합 혹은 어용노조가 전체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화 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결과적으로 복수노조 하에서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권이 소멸되는 상황이며 이는 노동3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볼 수 있습니다.

6. 노동위원회의 부당한 지배개입 증가와 현실성 부재
현재의 개정노조법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조합원산정, 조합원투표방식, 각각에 해당하는 이의제기 처리, 공정대표의무 이행에 대한 감독 등 노동위원회의 업무영역이 대폭 확대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비정규직 입법 이후 차별시정제도에 있어 노동위원회의 전문성부재 문제나 무리한 법률해석의 문제 등이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노동위원회가 어떠한 발전적 변화 없이 복수노조에 관한 분쟁까지 담당하게 되는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노동부의 복수노조 업무메뉴얼“은 오직 교섭비용 최소화를 위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문제점과 과정에서의 충분하고 성의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한 날치기 법이다 보니 입법 미비사항과 그 만큼 행정관청의 해석권한 범위와 함께 다툼의 소지도 넓어져있고, 노조법과 시행령, 매뉴얼을 관통하는 일관된 취지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제한을 통한 교섭비용 최소화는 고려해야할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백보를 양보해도 교섭의 경제논리가 헌법에 명시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앞설 수는 없는 것입니다

노동부의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은 전면 재검토와 모범인 노조법 역시 복수노조의 노동3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시급히 재개정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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