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인터넷방송】= 청마기념관(관장 김화순)이 4월부터 공모한 사행시 입상작을 발표했다.

청마기념관은 거제가 낳은 한국 문단의 거목 청마 유치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거제의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추진되는 주요사업으로는 ‘청마문학제’ ‘청마문학연구상’ ‘청마시극경연대회’ ‘청마깃발축제’ ‘청마사행시 짓기’ ‘청마사진 콘테스트’ ‘청마문예교실 운영’ 등이 있다.

그중 지난 4월부터 시제 <거·제·청·마>로 공모한 ‘사행시 짓기’를 1차로 마감했다. 청마기념관을 방문한 전국 각지의 관람객과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는 총 1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에서 14편의 우수작품이 선정돼 소정의 시상품이 전달됐다.

청마기념관에서는 청마와 함께하는 ‘사행시 짓기 및 사진 컨테스트’ 응모 작품을 연중 접수하고 있다. 

이하는 입상자 명단이다.

◯최우수작: 박보연 경남 거제시 ◯우수작: 신희람 경남 거제시 ◯입선작: 이지애 부산시/ 엄현숙 충북 청주시/ 황윤서 경남 통영시/ 신나원 경북 구미시/ 김희연 경남 거제시/ 함세림 경기도 의정부시/ 손민경 경기도 남양주시/ 김미경 경남 거제시/ 한희숙 경기도 의정부시/ 이난영 부산시/ 진옥순 경기도 양주시/ 김회정 경남 거제시

 다음은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박보연 씨의 사행시에 대한 양재성 청마기념사업회장의 작품 해설이다.

거제도 왕고모댁 늦은 밤 유월이가
제삿밥을 광주리에 이고 나서면     
청마루 선잠 자던 삽살개가 먼저 알고
마을 길을 앞서가며 재촉합니다          -박보연의 ‘거제청마’ 전문-

 사행시는 시제를 각 행의 첫음절로 하여 4행으로 짓는 시다. 정형시나 자유시보다 형식이 자유롭고 누구나 접근이 쉽다. 시제를 두고 언어 순발력과 재치를 알아보는 오락문화도 있다. 이번 시제 ‘거제청마’는 청마의 문학세계를 기리고 청마가 거제에서 출생하였음을 널리 인식시키고자 하는 취지로 정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사는 자정이 넘어서야 지냈다.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제사가 끝나면 제삿밥을 이웃에 돌리던 풍습이 있었다. 여자들이 커다란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날랐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이라 뉘 집안에 제사가 있는 날이면 동네 어른이며 아이들도 은근히 제삿밥을 기다리곤 하였다.       
 인용 시에 등장하는 ‘왕고모댁’ ‘유월이’ ‘제삿밥’ 등은 청마의 시 <출생기>에 나오는 낯익은 단어들이다. -왕고모댁 제삿날 밤/ 열 나흘 새벽 달빛을 밟고/ 유월이가 이고 온 제삿밥을 먹고 나서/ 희미한 등잔불 장지 안에/ 번문욕례 사대주의의 욕된 후예로 세상에 떨어졌나니- 라고 하여 청마 자신의 출생지가 거제 둔덕임을 밝힌 자전적 시편이다.

 추측하건대 ‘유월이’는 왕고모댁에서 집안일을 돕는 처자로 보인다. 그녀가 늦은 밤 제삿밥 광주리를 이고 동네를 도는 것이다. 청마루 아래서 졸던 삽살개가 벌써 알고 나서며 유월이의 걸음을 재촉한다. 음력 열사흘이라 만삭의 달님도 휘영청 골목길을 밝혔으리라. 세시풍속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에 한 폭의 정겨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흔히 사행시는 시제에 글자를 끌어 맞추다 보면 문맥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청마의 문학작품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삿날 밤의 풍경을 섬세하게 정서적으로 표현하였다. 시제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린 작품으로 심사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됨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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