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인터넷방송】= 거제 장평 와치마을 주민들이 지난 15일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집회에는 3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삼성중공업의 잇단 복리시설 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하는 주민들의 호소문 전문이다.

거제시 장평동 530번 일대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자리해 있습니다. 사내 면적만 120만평에 이르는 ‘세계 빅3 조선소’ 중 한 곳입니다. 사내에는 해상도크와 대형크레인, 제작공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외곽에는 손님맞이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운동장, 수영장을 갖춘 문화관, 헬기장, 외국인아파트에다 사원아파트까지 있습니다.‘

조선소 인근 사외에는 사원들의 휴식을 위한 휴 체육관과 독신사원 기숙사, 삼우공영 등 협력지원사, 조금 떨어진 바다 건너에는 한내 농공단지와 협력사 공장 등 조선관련 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거제의 중심 고현항 주변 일대는 삼성중공업과 관련된 생산, 주거, 복지시설이 총 망라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조선경기 흐름은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주민들 또한 삼성조선과 상생하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선경기의 부침은 늘 있어왔습니다. 거의 10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주민 살림살이도 덩달아 좋아지지만, 나쁠 때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최근의 불황은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터에서 쫓겨난 해직자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젊은 기능 인력들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거제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황 와중에 삼성중공업은 재정난 해소를 위한 자구계획이라며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복리후생시설들을 차례로 팔아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재벌 특혜 매각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삼성중공업의 비생산시설 매각 처사는 이보다 훨씬 더 비열한 주민기만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1974년 3월에 설립된 우진조선을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이 1977년 4월에 인수해 지금의 삼성조선으로 바꾼 것입니다. 우진조선 설립당시 정부는 국가경제 부흥이라는 명분하에 토착민들의 문전옥답을 ‘산업기지촉진법’에 따라 강제수용 한 땅들입니다.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박통) 시절, 토착민들은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조상대대로 지켜온 문전옥답과 임야를 당시 시세보다 훨씬 싼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 삼성은 공장부지 말고도 사원용 아파트 건립을 명분으로 (구)주공아파트 단지(현 포레나아파트)와 (신)주공아파트 단지 두 곳의 토지까지 강제수용 했습니다.

삼성은 당시에도 (구)주공아파트를 건립한 후, 몇 년간 사원들을 거주시킨 뒤 곧바로 평당 80만원에 분양했고, (신)주공아파트 단지는 아예 사원아파트로 사용하지 않고 대한주택공사에 매각해 많은 시세차익을 남겼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고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비생산 복리시설 매각은 40년 전 그때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행태입니다. 불황에 따른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며 직원들의 구매편의를 위해 마련했던 오거리 사우매장을 약60억원에 매각했고, 조선소와 동일번지에 속하는 근자에 신축한 외근인아파트도 44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삼성호텔이 건립되기 전 주요고객 접객소로 활용하던 게스트하우스도 350억원에 이미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사내에 있는 사원아파트도 매각할 방침이라고 이미 밝힌바 있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이 아파트를 민간업자와 1300여억원에 매각키로 합의했고, 계약서 서명만 남았다고 합니다. 회사가 어렵다면 당연히 손실보전이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업소유 자산을 매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매각 추진하는 비생산 시설물 부지는 국가기간산업 건설이라는 명분하에 토착민들의 문전옥답을 헐값에 강제수용 한 땅들입니다. 삼성이 돈 벌어서 따로 장만한 땅이 아닙니다.

이런 땅을 조성목적과 상관없는 땅으로 변질시켜 팔아먹어도 되는 겁니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성 논란은 제쳐 두더라도, 조선소를 위해 땅을 내 주고, 분진 소음공해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참아온 주민들을 배신하고 기만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삼성중공업은 현 사원아파트 부지의 용도를 산업용지에서 2015년 준 주거지로 변경했습니다. 변경 당시에는 회사의 재정타계를 위한 은행 담보율 제고차원이라 해명해놓고, 이제 와서 매각을 서두르는 건 이 땅을 비싼 값에 팔기위한 의도적인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내부지에 속하는 이곳에 민간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삼성조선 내부가 훤하게 다 드러납니다. 조선소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포기수순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당시 문전옥답을 강제수용당한 지역민들은 조선소가 산업용지나 직원들의 후생복리를 위해 수용한 땅을, 당초 목적에서 벗어난 용도로 이 땅들을 매각한다면 이는 명백한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행위나 다름없다고 판단됩니다.

와치마을 운영위원회는 삼성중공업의 복리시설 부지 매각은 조선경기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역민을 배반하고 상생을 외면하는 명백한 부동산 투기행위라고 단언합니다. 삼성은 당초 강제수용 한 이 땅들을 당시 토착민들에게 되돌려 주던지, 아니면 공공용지로 되팔아 기업과 지역민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결의>

이에 우리 와치마을 지역주민은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첫째, 삼성이 토착민들에게 강제수용 한 복리시설 부지의 일방적 매각을 결사 반대한다.

둘째, 사내 사원아파트 매각이 조선소 운영 포기수순 아니냐는 의심에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셋째, 삼성조선이 매각한 복리시설 부지는 강제수용 당한 토착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넷째, 삼성은 더 이상의 복리시설 매각을 중단하고 지역민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섯째, 삼성에서 발생한 소음과 분진공해에 40여년간 시달려온 장평주민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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