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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시인 수필가
이승철 시인 수필가

우리나라는 산 좋고 물 좋아, 산수가 아름다워 금수강산이라 한다.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사계절이 뚜렷하여 살기 좋은 나라다.

이 아름다운 강산이 급속도로 발전되는 생활 문화에 따라 많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잘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거제도 섬 가운데 북병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계곡이다. 계곡 위쪽에 흰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 하여, 옛 시인들이 백운 계곡이라 한다.

계곡 아래는 폭포가 있고, 그 아래는 댐이 있다. 주위 환경이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냇물도 깨끗하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여러 곳으로 흐른다. 그 물길 따라 통하는 도로가 있다. 계곡 위쪽 심산유곡의 첩첩 산골에는 옛날에 호랑이가 왕국을 이루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실감이 날만큼 계곡은 깊고 조용하다. 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 이름 모를 풀 벌래 소리가 고요의 정막을 깨트린다. 물은 거울 같이 맑고 깨끗하다. 세속의 모든 번뇌를 씻어 버리고 신선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청정수 같이 솟아난다.

동산에 오른 달은 점점 높이 솟아올랐다. 달빛 속의 구름은 은하수처럼 보였고, 그 사이로 흐르는 듯 지나가는 달은 나녀(裸女) 저럼 아름다웠다. 밤경치에 도취되어 환몽을 구면서 상념에 잠겨 선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연을 병풍 삼고 신선바위에 올라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 나니 신선처럼 시흥이 절로 난다. 이런 곳에서 옛 선비들이 풍유를 즐겼을 것이란 생각이 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지었다.

別有 桃園景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경치는

白雲 山頂孚 흰 구름이 산 정상에서 놀고 있는 백운계곡이다.

月光 靑山玉 달빛은 청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山鳥 溪林寐 산새는 그 속에서 깊이 잠 들었네

客心 仙佛如 객의 마음은 신선 같은데

曉星 日出落 어느덧 새벽 별은 기울고 해가 솟는구나.

甘露 淸淨水 감로수 같이 맑은 물에

世俗 緣塵洗 세속의 더러운 인연과 때를 씻는다.

맑은 물소리 정겨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가 산 너머로 기웃거리는 따사로운 햇살이 잠을 깨우기에 일어 나 보니 산마루에는 안개가 꽃처럼 피어오르고 산새 소리는 백운 계곡에 울려 퍼진다.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소리, 정겨운 바람 소리는 자연의 교향악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계곡의 얕은 언덕에 산나물을 비롯하여 산 당귀 더덕 작약 등 약초와 바위틈 토종 벌집에서 흐르는 꿀물이 지난밤의 숙취를 풀어준다.

폭포수가 흐르는 이 계곡을 따라 고현, 상동 문동 지역에서 아주로 넘어 다니던 산길이 있었다. 이 계곡을 넘어 다니면서 자연에 도취되어 남긴 많은 시가 전해져 오기도 한다.

이 계곡 아래에 조선 연산군(燕山君) 때의 유학자 이행(李荇)이 귀양 와서 살면서 이 계곡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구름이 쉬어 가는 백운계곡에 대한 시를 남기기도 했다.

세월의 변천에 따라 자연경관지가 많이 변천되기도 하였지만, 이곳은 아직도 옛 모습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 푸른 숲과 암반사이로 조잘 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는 사랑의 연가로 들린다.

연인을 찾아 짹짹거리는, 산새들의 애정 어린 소리와 산꽃들의 향기가 연정의 추억으로 산 그림자에 흰 구름으로 춤을 춘다. 그래서 백운 계곡인가? 구름 따라 내 마음도 신나는 춤바람으로 흘러간다. 계곡 아래쪽과 가까운 주변에는 거제의 특산 음식을 파는 식당과 자연의 품속에서 쉬어갈 집들이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다 보면 속세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난다. 그럴 때는 경치가 아름다워 구름이 쉬어 간다는 백운 계곡이 그립다. 세상사 모두 잊고 이곳에서 한 세상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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