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거제인터넷방송
  • 승인 2019.04.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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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순철 /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순철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순철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부원장

【거제인터넷방송】=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대우조선 지분 인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을 통해 ‘(가칭)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에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비율에 따라 취득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인수계약의 본질적 내용은 회사지분의 실제양도 없이 지배주주의 구조개편을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전부(55.7%ㆍ5,974만8,211주)를 “한국조선해양”에 현물로 출자를 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 신주(보통주 600만9,570주+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를 받고 대우조선해양의 2대주주로 전락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이 경영난을 겪던 2016~17년에 발행한 2조3,00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현대중공업에게는 당분간 주식 전환 없이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전환사채(CB)는 만기가 30년인 영구채로 2022년부터 금리가 오르는 구조인데, 수출입은행이 이 금리마저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경제력집중과 부의 불평등으로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의 수직계열화 된 경제체질을 개선할 방안은 찾지 않고, 오히려 경제력집중을 더욱 고착화 시키는 이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이 인수를 위한 절차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결합심사를 걱정하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미국·EU(유럽연합)·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영국의 조선업분석업체 클락슨은 올해 1월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수주점유율이 20.9%이고, 이 가운데 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양사점유율은 56.6%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가 어물쩍 공정위의 문턱을 넘는다 하더라도 두 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지적하는 국가가 한곳만 있어도 이 인수합병(M&A)은 무산된다. 특히 공정경쟁을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정부가 그 실무를 담당하는 공정위에게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대해서 주식처분과 자산 매각의 조치를 하거나 경쟁제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영업 범위를 제한하는 본연의 업무에서 손을 떼라 말할 수 있는가? 

여기에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을 위한 인수합병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독자 경영을 보장한다는 포장된 말을 믿을 만큼 노동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우리는 현대중공업 자본이 군산 조선소에서 보여준 구역질나는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역경제를 말살하는 재벌 특혜인 이번 계약에 결사반대한다."며 기업결합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왜 이렇게 정부는 실현 불가능한 양사의 M&A에 매달려서 회사의 실제주인인 이들의 목소리는 냉정하게 외면하며 더 좋은 방안을 찾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인가? 

세계적인 마케팅 권위자 ‘로히트 바르가바’교수는 현대를 대중 조작과 여론 조작의 시대, 불신의 시대, 총체적인 신뢰성 붕괴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의 중요한 업무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오직 신뢰만이 종업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신뢰는 조직 내의 모든 사람들이 오너쉽(Ownership)을 가질 때에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동료들은 얼마나 잘 협력할까? 동료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애쓰고 있을까? 회사가 노동자를 위한 보상제도는 갖추고 있을까? 이 물음에 가장 쉽게 서로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제도가 오너쉽(Ownership)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종업원지주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lan)가 가장 잘 실현된 때가 미국의 대공황 시절이었다. 미국은 경영합리화가 절박한 시기에 이 제도를 활용해서 노동자의 신뢰를 회복하며 노사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지금은 종업원 복지를 확장하는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 제도를 활용하면 경제력집중도 극복하고 ① 노동자의 애사정신과 기업에 대한 귀속의식을 높일 수가 있다 ② 노동자의 이직을 줄일 수도 있다 ③ 노사간의 협조관계를 강화할 수가 있다 ④ 기업의 민주화를 달성할 수가 있어서 경영합리화를 이룰 수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대중공업에게 주는 혜택을 대우조선에서 근무하게 될 경영진과 노동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나누어 주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표적 사례인 기아차의 종업원지주제도를 한번 살펴보겠다. 81년 경영위기에 몰린 기아의 김상문 회장은 자신의 주식(당시 25% 지분)에 대한 처분권을 기아의 임직원들에게 위임하게 된다. 이에 임직원들이 기아 공채 1기 인 김선홍 사장을 선임하여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게 된다. 이를 통해서 기아는 6년간의 승용차 생산 공백도 극복하고 90년에는 마침내 대우차를 제치고 승용차 부문 2위 업체로 부상하게 되는 융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후 포드, 마쓰다와 국제 3각 분업체제 구축을 위해서 소하리공장에 두 번째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재원이 부족해 회사의 최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사실상 지배주주지위가 우리사주조합에서 기관투자자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93년에 갑자기 삼성그룹에 의한 기아차 주식 매집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기아차 경영진은 삼성의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관투자자의 협조를 구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결국 사채에 의존해 회사의 안정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채에 의존하는 악성자금조달은 경영악화를 가져와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되는 경영악순환에 빠져들게 되었고, 경영진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분식회계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기관투자가는 자산 이득에만 관심을 두는 포트폴리오 투자자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때부터 경영진은 부실경영을 덮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방패로 우리사주조합을 기업경영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며, 아신창투, 기산상호신용금고, 기아포드할부금융 등 금융업에도 진출하고 기아인터트레이드와 정보통신 사업인 TRS 사업권을 획득하며 선단경영을 시도 한다. 

이렇게 경영실패에 대한 교정기능이 상실된 기아의 경영진은 부풀려진 분식회계를 밑거름으로 경영지표를 가공해서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반대하는 노조와 담합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93년 이후의 임단협 교섭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을 경영진이 무고건 수용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된다. 이 주인 없는 결정은 작업현장의 무질서와 함께 경쟁사보다 높은 인건비로 표현되었고, 종업원 이외 다른 주주의 이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90% 감자로도 나타났다. 

이런 노조 우위의 노사관계는 우리사주조합의 유명무실화에 따른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이 불러온 필연의 결과였다. 이 구조는 당시의 한국 경영 풍토와도 맞물려 경영진은 외형확대와 자금조달을 위해서 기아자동차판매를 의도적으로 분사하고, 채산성을 도외시한 외형 유지를 위해서 기산건설의 누적부실을 키웠다. 그리고 시장성이 없어서 매출 이 3천억 원인 기아특수강에 자산 1조원을 투자하는 파행적인 재무구조를 낳았던 것이다. 

97년 부도 당시 자동차업종의 매출 비중이 90%를 넘었던 점을 보더라도 이 무모한 선단식경영의 문제점은 한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더구나 당시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외형확대와 선단식 경영보다는 대부분 할부금융, 중고차, 리스, 렌트, 폐차, 정보통신, 보험, A/S 등 자동차의 유지와 보수 시장에 중점을 두는 수평적 결합에 집중했던 경영에 비교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 수가 있다.

이처럼 기아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경영진의 무모한 선단식 사업 방식을 제어할 경영실패에 대한 교정기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사주조합이 반드시 유상증자에 참여해서 지속적으로 경영에 관여 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할 수 있는 경영자의 존재와 함께 이것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업 내외의 조직과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현재 대우조선의 후임 사장은 대우조선의 설계부문장과 기술총괄전무를 지낸 이성근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부는 이 신임사장에게 정관개정을 통해 종업원들이 경영에 상시참여해서 회사를 감독할 수 있도록 감독이사제를 도입한 뒤에 총 이사의 과반수인 경영이사 선임권을 신임사장에게 주고 우리사주협동조합에게도 이사의 과반수에 가까운 감독이사의 선임권을 부여해서 표결이 동수 일 때 의장이 최종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개선하면 사내 경영민주주의를 달성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대우조선주식양도는 종업원지주제도의 취지를 적극 살리는 방향에서는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전체 주식을 모두 회사 경영진과 노동자에게 양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일각의 우려를 감안해서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산업은행보유주식의 55%만 회사 종업원에게 양도하고 나머지 주식은 경상남도에 양도하는 방식도 종업원지주제도의 취지를 살려나갈 수가 있게 된다. 

주식을 종업원에게 양도하는 방법은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전액을 보증하는 일자리 특별보증제도를 통해서 5년 거치 10년 분할로 주식대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나머지주식 45%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경남에 양도하고, 그 후 경남이 산업은행의 역할을 대행 할 경우 산업은행의 입장은 한결 가벼워질 수가 있고 회사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가 있다. 

종업원지주제도의 전면시행을 염려하는 정부입장에서도 경남의 참여를 유도해서 이렇게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회사는 정부가 파견한 정치인 임원의 이권개입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게 되고, 늘 공장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종업원들을 주인으로 맞이하게 되어 애사심이 넘쳐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일부이지만 항상 소외당했던 지방정부가 회사의 경영에 합류하게 된다. 

이들이 서로 공조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면, 이 회사는 파업이 없는 회사로 부활해서 5년 뒤에는 현대중공업을 능가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는 새로운 경영환경을 극복해 나갈 경영진의 활발한 소통능력과 통합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이 경영진의 임기를 3년으로 할 경우 산업은행의 지방정부 주식양도는 현 경영진의 경영평가를 판단한 후에 순차적으로 완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내외적인 기업결합심사에 여러 가지 문제로 결국 무산될 수밖에 없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지분 인수 계획을 진행하는 일은 너무나 비합리적이며, 비효율적인 일이다. 더욱이 국가기간산업인 초대형 회사를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고, 특정재벌에게 특혜를 준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 무모한 역주행은 정권유지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체감경기의 하락과 깊어지는 불평등의 양극화에 분노를 하고 있다. 더구나 IMF는 한국의 내수안전망 확보를 위해서 성장촉진정책의 조속한 실행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회사직원과 지역사회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울고 싶은 아이 따귀를 때리는 격이 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더 이상 정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면서 위험에 빠져드는 이 무모한 계획을 지금 당장 멈추고 시장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 길이 정부가 그토록 만들고자 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완성형이기도 하지만, 한국경제가 비로소 수평적 산업사회로 나가는 경제체질개선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19년  4월  4일

한국창업정책연구원 부원장 이 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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