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인터넷방송】조형록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해결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4일 오후 4시 30분 거제시 공공청사 6층 대회의실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참가단체 대표 100여명 전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5명의 상임대표로 구성된다. 공동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은 거제상공회의소,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하 대우노조), 시민단체에서 각 1명씩 선출한다.

회의는 공동대표단, 상임대표단, 집행위원회로 진행되며 예산은 참가단체별 균등 분담 원칙에 의해 예산편성 및 집행된다.

대책위 공식입장은 우선 조직이 구성되기 전까지 이광재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을 통하기로 협의됐다.

대책위는 시민대책위 참여단체를 추가 모집하고, 오는 6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등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7일 오후는 대우노조 촛불 인간띠잇기와 상집 철야농성장을 방문하고, 본 계약이 체결되는 8일 대우노조와 함께 상경투쟁도 계획했다.

이날 임시의장을 맡은 김점수 거제상공회의소 상임부회장은 출범선언문 낭독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밀실에서 이루어진 졸속 협상임을 인지하고 양자간 일체의 논의와 오는 8일 예정된 본계약 체결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산업은행에 밀실협상 내용 상세히 공개, 대우조선해양 합병 협상 즉각 중단, 오는 8일 본계약 일정 전면 취소,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을 포함한 조선산업 발전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다음은 출범선언문 전문.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해결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출범선언문

오늘 모인 우리 거제시민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는 현재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에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 인수합병 과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진 졸속 협상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양자 간 일체의 논의와 3월 8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 1월 31일 언론을 통해 기습적으로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소식은 이후 한 달여 동안 대우조선해양 소속 구성원은 물론 25만 거제시민들의 심각한 우려와 격렬한 반발을 낳고 있다. 아무리 대우조선해양 5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라 하더라도 밀실협상으로 지방의 한 중소 도시와 시민의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거제는 이미 지난 3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4만여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떠나는 고통을 겪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삭감과 각종 복지혜택이 축소되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 여파는 지역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2018년 실업률은 7%를 상회해 전국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고용위기지역, 조선업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경제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와 지역민 모두 이같은 피눈물 나는 자구노력 끝에 대우조선해양이 그나마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올해도 흑자 기조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 시점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을 합병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경제 회복을 염원하는 거제시민들과 대우조선해양 구성원, 관련 업체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최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신설하는 조선지주회사에서 각 31%, 18%의 지분을 갖고 제1대, 2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행사하게 된다. 이 조선지주회사는 대우조선의 66% 지분을 갖게 된다. 한 마디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의 모기업이 되는 셈이고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필요시에는 어느 정도 대우조선에 수주를 허용하거나 물량을 배분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으로 일감을 몰아 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생산하는 업종이 거의 중복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설계와 영업, 생산 등에 필요한 핵심인력은 현대중공업의 이해에 따라 빠르게 재편될 것이고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예상되는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산업은행이 '합병이 아닌 중간지주회사로 편입되는 병렬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기간은 길어야 수주한 물량의 인도시까지 소요되는 2~3년에 불과하다. 중복투자를 줄이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 대우조선의 생산규모와 이를 위한 인원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설비가동률이 91%인 반면 현대중공업의 가동률이 6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지자재 수급을 담당하는 관련업체의 생태계 파괴도 불을 보듯 뻔하다. 대우조선해양과 연관된 협력업체는 경남에 1200여개에 달하고 종사자 수만 해도 7만여명에 이른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선박엔진을 비롯해 현대에 수직관계로 종속된 업체에서 납품받는 경우가 85%이다. 거제, 경남의 기존 대우조선거래처가 붕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인수합병이 독과점 문제에 걸려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와 대우의 인수합병은 국내는 물론 WTO(국제무역기구)와 EU(유럽연합)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를 넘어서야 한다. 합병 결과 양 회사의 주력 선종인 VL탱커와 LNG선은 각각 세계 수주잔고 합계 점유율에서 60.2%, 59.5%를 차지하게 된다. 50%가 넘어가는 합계 점유율은 독과점 문제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협상 당사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인 '경쟁완화'와 '가격회복' 역시 오히려 WTO와 EU위원회의 경쟁 규칙에 위배될 소지도 매우 높다.

하지만 잃을 것이 없는 현대에 비해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에는 막대한 해악을 끼칠 것이다. 4~5월경으로 예상되는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각종 영업기밀과 설계기술력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피인수기업으로 인식된 대우조선은 중, 단기적인 수주 영업 전략을 구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 발전이 반드시 '빅2'를 전제로 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조선업은 '빅3'간의 치열한 경쟁체계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조선업을 선도해 왔다. 강력한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메이저 선주들의 신뢰를 획득해 온 대우조선해양이 그중 하나다. 부실기업 정리하듯이 대우조선을 거대 재벌에 갖다 안기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재벌을 위한 특혜,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술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범시민대책위는 위와 같은 판단을 근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천명한다. 그리고 정부와 산업은행에 '밀실매각''특혜매각' 추진 중단 및 취소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

우리 범시민대책위는 앞으로 대우조선 매각 문제가 조선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직접 당사자인 노조를 비롯한 대우조선 구성원과 거제시,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제 정당이 함께하는 틀을 확대하고 원점에서부터 공개적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논의가 진행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하나.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금까지의 밀실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라!
하나.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합병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와 산업은행은 8일 본계약 일정을 전면 취소하라!
하나. 정부는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을 포함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라!

2019. 3. 4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해결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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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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