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인터넷방송]=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의 일원인 아프리카 동북부의 에티오피아연방민주공화국(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Ethiopia)의 주한(駐韓) 대사 일행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1박 2일간 거제시의회를 친선 방문했다.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의 초청으로 비공식 방문한 쉐페로 자르소(Shiferaw Jarso) 대사는 이날 누레딘 무스타파(Nuredin Mustefa) 영사와 암하 하일레 기오르기스(Amha Hailegeorgis) 공사 및 한국인 사무관과 동행했다.

쉐페로 대사(62)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대학교에서 농업공학기술을 전공해 관개공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수도국 총리 자문장관 및 수자원 장관, 필리핀 전권대사, 유엔기후협약 대표 등을 지낸 유력인사다.

이들은 반대식 의장과 이형철 운영위원장, 김성갑 총무사회위원장, 옥삼수·신금자 의원 등과 의회사무국 직원들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의장실에서 기념품 교환 후 거제시 홍보영상을 시청하고 양측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쉐페로 대사는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거가대교와 해저터널을 지나오면서 우수한 기술력과 웅장함에 크게 감탄했다”며 먼저 인사했다.

쉐페로 대사는 “우리는 한국전쟁 때 6000명이 넘는 군인들이 참전한 바 있는 형제의 나라다”며 “참전 당시 에티오피아가 한국 보다 26배나 더 잘살았다. 그런데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가장 먼저 받아들인 건 한국의 교육시스템이었다”면서 “에티오피아는 한국을 모델로 삼아 열심히 노력중이며, 최근에는 연 11%의 높은 경제성장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식 의장은 환영 인사말을 통해 “한국은 에티오피아가 6.25 한국동란에 참전한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가 둘러 보게 될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는 지금도 에티오피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 의장은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에티오피아의 유망 도시와 거제시의회가 상호협력 할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희망 한다”고 인사했다.

동석한 암하 공사는 '에티오피아의 유망 투자분야'를 질문하자 “의료, 보건 쪽 지원이 필요하고 철강과 텍스타일 등 건축자재는 공단을 만들수 있을 정도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환담을 마친 쉐페로 대사 일행은 남부면 홍포로 이동해 반 의장이 마련한 만찬을 가진 후 한 펜션에 여장을 풀었다.

둘째날인 11일 쉐페로 대사는 숙소에서 해돋이를 본 후 해금강 인근 여차전망대와 신선대 등을 둘러보며 사막과 고원지대가 많은 에티오피아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빼어난 자연 풍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일행은 에티오피아 황제가 다녀갔다는 일명 ‘황제의 길’을 찾았다. ‘황제의 길’은 일운면 망치삼거리에서 망치고갯길에 이르는 약 2km의 길을 말한다. 이 길은 1968년 5월 에티오피아 셀라시에(Selassie, H.) 황제가 한국을 방문했다가 거제를 찾아 절경에 감탄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정설은 1972년 9월 에티오피아 재무부 재정국장이 한국의 발전상을 돌아보기 위해 서울과 울산 등지를 거쳐 거제를 방문, 당시 거제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이 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감탄하며 ‘원더플’을 연발했다는 것이다.

쉐페로 대사는 “실제로 황제가 왔든 안왔든 상관하지 않는다. 정확한 내용은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다”며 “6.25 전쟁으로 맺은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를 기억하게 하는 스토리와 상징성 있는 표식이 거제에 있다는 게 기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후에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찾아 유엔참전국 국기게양대에 걸린 에티오피아 국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쉐페로 대사는 “참전국으로 자부심을 갖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에티오피아에도 기나긴 전쟁의 아픈 역사가 있다. 여기 포로수용소와 유사한 박물관을 고국에 건립하고 싶다”며 동행한 일행에게 관련 정보를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쉐페로 대사는 거제를 떠나기 앞서 반대식 의장 등에게 “비공식 방문이지만 성대한 영접과 환대에 깊이 감사 드린다”면서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에 큰 감명을 받았다. 조만간 공식 방문을 통해 문화, 예술, 경제,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교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교민 약500명이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면적 110만 4300㎢로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다. 인구는 2015년 현재 약 1억명이며 수도는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이다. 언어는 암하릭어와 영어를 사용하며, 1인당 국민소득이 619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가난한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는 기원전 1000년경에 이미 고대 에티오피아왕국을 건설, 16세기까지 중세형 국가를 유지할 정도로 긴 역사를 가졌다. 성서상의 쿠시 왕조 지역이었던 에티오피아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거주지역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악숨 왕국의 메멜리크 1세는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과 마케다의 시바 여왕 사이의 아들이었다.

1935년 이탈리아 무솔리니에 의해 정복당했다가 1944년 완전 독립했다. 1974년 9월 군부쿠데타에 의해 사회주의국가가 됐으며, 거듭된 지역간 분쟁과 내란, 기근 등으로 인해 수십만명의 에티오피아인들이 인근 국가로 피난하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1963년 12월 23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65년 3월 상주공관을 개설했다. 이어 1969년 의료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한 이래 경제·기술협력협정, 문화협정, 무역협정 등을 체결, 현재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으로 지상군을 직접 파병해 각종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운 혈맹국이다. 당시 에티오피아의 참전은 우리나라와 같은 반공국가 때문이 아닌, 순수한 차원의 참전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1935년 이탈리아에 침공을 당할 때 '셀라시에' 황제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27만명의 국민이 숨졌고 나라까지 빼앗겼으나 이들은 투쟁을 계속했고 1941년 기적적으로 이탈리아를 몰아냈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설움을 잘아는 셀라시에 황제는 유엔의 파병 요청을 받자 최정예부대인 제1근위사단 ‘강뉴대대’를 흔쾌히 파병했다. 강뉴대대는 미 제7사단에 배속돼 1956년 완전 철군시까지 5차례에 걸쳐 연인원 6,037명이 파병 돼 253회의 크고작은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으며 전사 121명, 부상 536명의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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