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켜온 깨꽃.

“친정어머니가 와도 반갑지 않은 깨꽃 피는 계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하얗게 피고 있는 참깨꽃과 불타듯이 피는 깨꽃을 두고 한 말인데, 이 꽃들은 한 여름 더위가 최고조에 이를 때 피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꽃이 된 것입니다.

여름의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꽃으로 해석한다면 오히려 감사한 꽃일 텐데,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화단에 핀 깨꽃을 뽑아서 빨아먹을 때 단맛을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흔히 샐비어라고 부르고 국가식물표준명으로는 깨꽃, 다른 이름으로는 약불꽃, 서미초(鼠尾草)라고 하는 꽃입니다.

브라질이 원산지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자라고 있고, 따뜻한 나라에서는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됩니다.

유럽에서는 깨꽃이 매우 뛰어난 치료제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은데, 유명한 살레르노 의과대학의 격언 중 “깨꽃이 자라는 마당에서 왜 인간이 죽어야 한다는 말이냐?”라고 할 정도랍니다.

 


참고로 살레르노 의대는 전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 모여든 학생들에게 의학을 가르침으로써 유럽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대학 연구진이 공동 집필하여 수시로 개정판을 내던 '위생지침서'는 5세기 동안이나 의사들의 성전구실을 할 만큼 권위가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뛰어난 치료제로 각광을 받았던 식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름도 라틴어 salvia는 ‘온전한 ․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 salvus에서 파생되었는데, salvus는 중세 라틴어의 ‘구하다’를 뜻하는 salvare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시대에 깨꽃은 생명을 보호할 뿐 아니라 생명을 다시 만들어내는 데에도 기여하는 식물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강한 믿음을 지닌 식물입니다.

고대이집트에서는 여인들의 수태를 돕기 위하여 깨꽃 즙을 마시도록 했는데, 이 관습은 로마시대에까지 전승됐다고 합니다.

 

깨꽃은 실제로 수태를 촉진하며 심장과 순환기, 신경계통에 작용해 회복기 환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되찾도록 돕는다고 했습니다.
 
또한 오랜 병으로 인해 탈진한 상태의 조직에 심리적 자극을 강화함으로써 병의 회복을 돕고, 정신적, 육체적 우울상태를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세기 동안 고열이나 기침, 관절염, 마비, 간질 등의 약의 제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식물이었다고 합니다.
 
냉정한 객관성과 엄정한 과학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에 깨꽃이 그 같은 지위를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식물인지 의문이 있기도 하나, 이 꽃을 둘러싼 모든 검증이 고대부터 내려온 전통지식이였기에 믿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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