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기 숲해설가

녹지자연도는 현존하는 식생에 대한 식물사회학적 연구결과로부터 얻어진 식물군락을 인간간섭의 정도에 따라 자연성 정도를 등급화한 인위적·주관적 카테고리(계급,Nominal scale) 지도로서 사정기준 등급숫자가 큰 것일수록 인간의 간섭을 덜 받은 자연에 가까운 원시상태를 의미한다.

녹지자연도는 환경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이용되고 있으며 현재의 분류기준에 의하면 고산초원, 원시림 및 자연식생에 가까운 장령림(수령 20~50년생 이상) 지역은 8등급이상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행정적 제약의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은 보전관리지역을 지정하기 위한 절대기준으로 사용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인간간섭에 대한 민감성이 높고 훼손에 대한 군락소멸 속도가 빠르며 파괴 후 회복능력 속도는 느리다.(김종원. 1993.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현황분석 연구. KETRI)

 

녹지자연도 7등급과 8등급은 조림지(6등급)와 자연림(9등급) 사이의 2차림으로 대분류는 같으나 7등급은 자연식생이 교란된 후 2차천이 진행에 의하여 회복단계에 들어섰거나 지속적인 인간 간섭하에 놓인 삼림으로서 식생군락 계층구조가 불안정하여 잠재자연식생을 반영하지 못하는 종조성(種調成)이고, 8등급은 2차천이 진행에 의하여 다시 자연식생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회복된 상태의 삼림으로서 식생군락 계층구조가 안정되어 잠재자연식생을 반영하는 종조성으로 소분류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환경부 사전환경성검토 업무편람에는 녹지자연도 7등급은 개발지역(3등급이하)과 보존지역(8등급이상) 중간의 완충지역에 속하는 반자연지역으로, 8등급은 보존지역에 속하는 자연지역으로, 7등급은 수령 20년까지 유령림, 8등급은 수령 20~50년 장년림, 9등급은 수령 50년이상 고령림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실제 환경부가 제작한 녹지자연도 지도에도 9등급은 수령 50년 이상 자연림을, 8등급은 수령 20~50년의 장년림으로 명확하게 분류한다.

한편, LH공사 녹지자연도 등급사정기준에는 7등급은 지속적인 인간 간섭하의 2차 식생으로써 고유종이 아닌 외래 및 외지 식물(exotic and foreign plants)이 혼합되어 있는 군락, 8등급은 외래식물 및 외지식물이 거의 배제된 식물군락, 9등급은 극상림 또는 그와 유사한 자연림으로서 외래식물 및 외지식물이 완전히 배제된 식물군락. 으로 정의하고 7등급이라도 임상이 양호하고 경관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은 보전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지 게재 논문 ‘거제도 노자산지역의 식물군집구조 연구’에 따르면 소사나무, 졸참나무, 고로쇠나무, 느티나무, 비목나무, 까치박달, 때죽나무 등을 우점종으로 하는 낙엽활엽수군집 식물상을 보이고 이는 소나무군집으로부터 생태적 천이 결과로 보고 특히 소사나무군집은 해발고도가 높고 건조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토지극상으로 판단하였다.(이경재. 조우. 이수동. 1999.)

실제로 사업예정지 식물상은 낙엽교목군락으로서 아교목 및 관목층이 발달하지 않고 근경(根莖) 분얼과 잠아·맹아로부터 발달한 주간의 분지(分枝), 절간장(節間長)이 짧은 가지, 지엽(枝葉)의 밀생, 정아(頂芽)우세성 둔화, 그밖에 외래식물 전무 등 고산지대 9등급 이상 극상림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고문헌에도 ‘노자산은 거제도 수봉(首峰)이라 불렀고 나라에서 거제봉산(巨濟封山)으로 명하여 벌목을 금하여 620여종의 진귀한 식물이 자생하고 거제목(巨濟木)이라 부르는 팔만대장경판 원목 생산지이다. 거제도 해발고도 기준 최고봉인 가라산과 같이 있기 때문에 어느 산이 노자산인지 분별이 어렵다. 수목이 울창하고 인적이 드문 산이다. 불로명약 산삼이 있다’ 고 기록하고 있다.(거제시사. 거제시홈페이지)

노자산은 갖가지 전설과 유래, 속설로 인하여 신성하고 영험한 산으로 인식되어 뭇사람들의 범접이 없었고 산이 높고 험준하며 촌락과도 멀리 떨어져 위치하여 농경시대 땔감을 얻기 위한 출입하는 산이 아니었으며 구한말 전후 거제도 일원에서 성행하였던 참나무류, 때죽나무 숯굴(숯가마)도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단절이 되었고 해방공간(1945-1950)에는 야산대(빨치산) 출몰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에는 군 작전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비로소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산이다.

노자산은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고 자연휴양림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팔색조 도래지로 확인되었고 범하늘소, 장수풍뎅이, 톱사슴벌레, 졸참나무하늘소, 먹나비, 무늬흰불나방, 푸른띠밤나방 등 희귀곤충을 포함한 야생동물 19목 168과 785종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식물 종 다양성과 임상 우수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한 노자산 계곡부터 산양천까지 물속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남방동사리가 살고 있다.

위와 같이 생태 학술적, 법적·행정적, 역사적, 인문학적, 현실적 이용에 비추어 학동케이블카 조성사업 예정지 노자산 일대 녹지자연도는 8등급 이상 9등급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필자는 두 차례 학동케이블카 공사 예정지에서 환경영향평가 조사지점과 조사경로도를 따라 식물상을 조사한 결과 평가서 기재 내용과 현존식생이 종, 우점종, 규격, 식피율(植皮率) 등에서 현저하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름 22cm 그루터기에서 나이테 46개를 셀 수 있었으며 ‘등산로와 가까워 인위적인 간섭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서 내용과 달리 실제 종조성에서는 전혀 설명력을 갖지 못하는 식생 양태(樣態)도 확인하였다.

특히 지주2↔상부승강장 구간은 전문가 아니라도 녹지자연도 9등급이상임을 판단할 수 있는 극상림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나아가 삭도 선형을 따라 지주4↔지주6 구간을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8등급이 교묘히 비껴간 것은 누가 봐도 조작임이 명백하다.

결론적으로 노자산의 위치와 표고, 지형 특성상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구간은 산림생태학적으로 현존식생 7등급이 존재할 수가 없고, 하부승강장 부터 상부승강장 까지 능선 전체가 7등급이고 곧 거제자연휴양림이 녹지자연도 7등급 야산이라면 소가 웃을 일이고 거제시가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다름 아니다.

케이블카 공사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는 사람에 의한 2차 오염과 훼손은 더 치명적임을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사례가 보여준다. 통영 미륵산케이블카 설치되자 뒤이어 골프장까지 들어서 산림을 황폐 시키고 있다. 영남알프스 신불산은 그냥 두면 생태관광지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3차례나 반려되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머무는 관광 효과가 미흡하고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어서 좌초되었다.

노자산 식생은 거제도 미기후를 조절하는 자연환경 보고(寶庫)이다. 케이블카는 천연 숲을 망가뜨리고 교통혼잡과 쓰레기를 남기며 거제시민의 생활환경 질을 후퇴시켜 훗날 난개발 흉물이라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요즘 친환경 저영향개발(LID) 섬 남해가 뜬다는데 관광인프라로 치지면 거제도보다 못한데도 사람들이 보물섬이라 하고 머무는 관광객과 귀촌인구가 늘어나는가. 「자연의 성숙도와 인간의 선호도는 비례 한다.」는 이 시대 화두를 거제시는 새겨야 한다.

자연환경보전법에서 민간단체·국민 등이 자연환경보전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그 시책의 추진과 여건 조성을 국가·지방자치단체·사업자 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충분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주민 등의 참여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환경영향평가 기본원칙이다. 따라서 거제학동케이블카 예정지 녹지자연도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거제시민이 참여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으로 동식물상 전면 재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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