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필자가 근무하던 지구대는 시내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길 건너편에는 제법 큰 규모의 상설 재래시장이 있었다. 이 시장과 관련하여 새겨둘만한 경험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야간근무가 끝나갈 무렵의 이른아침에, 다급한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장의 안쪽에 있는 한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신고였다. 급한대로 소화기 등을 들고 화재현장인 시장 안쪽으로 뛰어갔다. 현장은 지하로부터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위급한 상황이었으며, 무엇보다 소방관들의 신속한 처치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소방대원들은 우리보다 먼저 신고를 접수받고, 이미 현장주위에 도착하여 있었지만, 도로의사정으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현장인 시장 한가운데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도로의 사정이란, 다름아닌 도로위를 장악하고 있는 노점상과 시장내 점포에서 도로를 침범하여 설치한 판매대에 의한 차량의 통행불능 이었다. 출동한 모두가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설치되어 있는 판매대를 철수시키고, 도로위 무분별한 노점상들을 도로밖으로 이동시켰다. 이윽고 소방차가 가까스로 현장으로 진입하여 화재는 별다른 피해없이 안전하게 진화될 수 있었지만, 아찔한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큰 피해 없이 화재는 진화되었지만, 시장내부로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게 노점 등이 펼쳐져 있는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부분이었다. 재래시장이라는 곳은 노후된 전기시설, 가연성이 높은 물건들, 상시 밀집된 인구 등 화재에 취약한 요소가 집중되어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소방도로의 확보는 어찌보면 생명선과도 같은 중대한 부분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재래시장은 발디딜틈 없이 좁은것이 당연하며 분명한 도로가 있어도 차량이 통행하기 힘든것에 대해 우리는 ‘재래시장’ 이니까, ‘옛날것’ 이니까 라고 그간 막연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그동안 당연치 않은 불편과 위험을 이상하리만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 전체가 역량을 총 동원해서 안전을 강조하고, 그 어느때 보다도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위와 같은 문제제기와 올바른 방향으로의 개선에 관한 제안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일것이다. 재래시장이 현대에서 경쟁력을 갖춤에 있어서도 안전에 관한 문제점을 재고하고 개선하는것은 분명히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재래시장’ 의 안전마저 ‘재래’ 가 되어서는 안될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SNS 기사보내기
GIBNEWS
저작권자 © GIB 거제인터넷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