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경장

온몸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계절의 온기 만큼 다가오는 봄의 아름다운 몸짓에 들뜨기는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만, 경찰관의 신분으로 맞는 봄은 다른 이들과는 사뭇다른 한가지의 특별한 느낌이 있다.

지구대나 파출소 신고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소위 ‘주취자’ 라는 단어는 일반인도 익숙하게 듣고, 이해하기에 별 무리가 없는 단어일 것이다.

직장 스트레스에 늦은 한잔이 과해져 취한 채 길가에 쓰러져 있는 가장을 안전하게 귀가시켜 주었다던지, 첫 휴가에 들떠 반가운 건배가 주량을 넘어버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청년을 보호자에게 잘 인계해준 경우라던지, 주취자와 그에 대한 보호업무는 굳이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가 알 수 있는 경찰관의 일상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을 찾게되는 사연이야 밤낮이 없고, 마시게 되는 순간이야 계절을 가리지 않겠지만, 주취자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겨울에서 봄이 되는 이 계절은 경찰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생기게 된다.

많지않은 십여명의 지구대경찰관들이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는 관할의 시민들을 책임지며 밤을 지새다 보니, 접수된 이상 반드시 처리가 되는 ‘신고사건’의 경우와는 다르게 이 주취자의 경우 스스로가 자신의 위험을 알릴리 만무하기에 타인에 의해 신고되거나 순찰중인 경찰관에게 발견되어져야 하는데 아주 드물게 그러지못한 경우가 있는것이다.

겨울에 밤새 발견되지 못한 주취자의 예후는 대개가 타 계절보다는 확연히 좋지 못한데, 추위에 몸이 많이 상하거나 급기야는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것이다.

이는 술을 자제하지 못한 당사자나 동행의 탓이 일부 있겠지만, 누구의 과실이 개입되었건 경찰관의 입장에서는 그저 한없이 안타까울 뿐인 사례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겨울, 야간에 시내를 순찰할때면 술에취한 사람들의 들뜬표정에 비례해서 마음한켠으론 혹시나 하는 우려를 키우며 그렇게 순찰을 하고 근무를 해왔다.

봄이되어도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기쁨에 시름에 또 취하고 간혹 주취자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것이다. 우리 경찰관들은 여느때처럼 최선을 다해 근무할 것이고, 그들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할것이지만 불가피하게 술에취해 길에서 잠든이가 그대로 밤을 지새는 일이 혹여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밖에서 밤을 지새더라도 다음날을 장담할수 없는 겨울이 아닌, 코끝을 핥는 떠돌이 강아지에 눈을 떠보니 눈부신 햇살이 비추고 있어 훌훌 털고 일어나는 봄을 예상하기에 우리 경찰관들도 아주 조금은 마음을 덜 수 있을것이다.

다소 과한 기분에 인사불성으로 만취됨을 당사자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더라도 겨우내 그 댓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나는 그렇게 평범한 사람으로 또 한명의 경찰관으로 봄이 오기를 고대하고 기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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