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났다. 가장 보람찬 시간이었다. 3년 전 자원봉사센터는 얼룩졌다. 횡령이다. 아니다. 유용일 뿐이다. 애써 횡령이 아니라고 했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입은 뒤였다. 가장 순수하고 자발적인 활동인 봉사활동마저도 돈으로 얼룩진 것이다. “카드깡이라니!” 시민들은 분노했고, 봉사자들은 낙담했다. 센터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었다. 행정은 무엇을 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불만은 급기야 ‘모두가 한 통속’이라는 불신까지 이어졌다.
결국 운영주체는 책임을 져야했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시는 뒤로 물러서야했다. 사과와 해명이 이어졌고, 운영주체가 변경됐다. 얼룩진 센터의 선장이 필요하다며, 그 선장이 되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고, 고민했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시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상처 난 봉사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원칙대로 하면 된다. 그게 당신의 특기 아니냐?”며 강권했다. “그래 순리와 원칙에 충실하면 신뢰도 회복하고, 상처도 치유될 것”이란 생각으로 감히, 자원봉사센터장의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참으로 보람된 시간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아쉬움은 다음 사람의 몫이 될 것이다. 보람 있었던 일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떠나다. 다만 그 보람된 일들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정리했다.
우선, 봉사의 생명력은 자발성(自發性)이다. 그리고 그것이 존중되어야 봉사의 순수함이 지켜지며 확장된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일과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봉사는 시작부터 다르다. 그 의미와 힘이 다르다. 그것이 봉사의 힘이며, 생명력이다. 봉사를 해 본 사람일수록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자발적인 나눔의 정신이 잘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사자 개인은 물론 봉사단체 스스로가 일을 결정하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바로 자치(自治)다. 관(官)이나 외부(外部)의 힘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3년 전 발생했던 자원봉사센터의 ‘재정비리 사건’도 진실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자치(自治) 정신의 실종(失踪)이 그 주요 원인이다. 자원봉사센터가 관치(官治)로 운영되는 불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비리도 근절되고 정상화된다. 지금도 자원봉사센터 정면에는 ‘센터를 봉사자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글귀가 크게 붙여있다. 바로 자치(自治) 정신의 구현이다. 지난 3년간 이 점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크다. 행정기관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자치야 말로 누가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몫이 더 클 것이다. 봉사의 자발성과 함께 봉사세터 운영의 자치(自治)가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센터는 중심(中心)이다.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센터가 직접 사업을 펼치면 편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료급식 사업, 목욕 사업 등 복지 사업은 관련 기관으로 이양했다. 직접사업은 자제하고 관련 기관이 담당하도록 해야 중심적(中心的) 기능을 편중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가 직접사업의 당사자가 아니라 중심적 기능을 계속 유지하기 바란다. 그래야 봉사센터 본연의 기능이 교육과 교류의 중심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움과 함께 보람된 일도 많았다. 가장 큰 보람은 봉사센터가 인큐베이터 기능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봉사를 하고 싶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누구와 함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과 단체가 많다. 지난 3년간 센터는 이들을 돕고 스스로 봉사단체를 구성하도록 도왔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관이 청소년기자봉사단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의 나눔 소식을 지역 주민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자봉사단을 모집하고, 교육하고, 실천하게 하고, 지속하도록 도와주웠다. 이런 인큐베이터 기능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성과는 남다르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과 기쁨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봉사센터가 코디네이터 기능에 충실했던 것도 보람찬 일 가운데 하나다. 코디네이터는 조정하고, 분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봉사센터는 지난 3년간 각 봉사단체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나눔의 중복과 누락을 예방하는 기능을 했다. 그리고 봉사단체의 효율적 사업 선정을 위해 도왔다.
지난 3년 순리와 원칙에 따라 센터를 운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평가는 봉사자와 시민의 몫일 것이다. 자치(自治)와 중심(中心)이라는 생각으로 자발성과 균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거제시자원봉사센터가 이렇게 운영한다면 전국 최고의 기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지난 3년 동안 우수자원봉사센터로 2년간 선정된 것도 그 힘이 될 것이다. 지난 3년을 디딤돌로 삼아, 전국 최고의 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4년 4월 18일 자원봉사센터장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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